야리끼리

 

어느 현장이나 마찬가지 이겠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현장요어들은 일본어로 오염되어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는 건설, 산업기술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건너왔기 때문입니다.

 

공장이나 건설현장 근로자들 사이에서 쓰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다름아닌 야리끼리입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야리끼리

란 말을 아주 좋아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일본어를 풀어서 보면 그 뜻을 알 수 있습니다.

 

遣り切る。

やりきる   원래 일본어 동사 형태는 야리키루 입니다. 그 뜻은 일을 "해치우다, 완수하다, 해내다, 끝내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어의 동사를 명사형으로 바꾸는 방법은 끝의 소리 "우"를 "이"로 바꿔야 합니다.

 

야리끼"루" (해치운다, 끝내다) -> 야리끼"리" (끝냄)

 

그리하여 탄생되는 것이 야리끼리 입니다. 우리나라 말로 쓰자면  도급주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도급제=도거리)

 

8시간의 노동분량을 5시간 정도에 해치워 버리고 노는 것을 일컫습니다. 자동차 공장의 라인 같은 경우에는 한 사람이 옆 동료의 일까지 하는 동안 동료는 놀다가 두어시간 뒤에 역할을 바꾸어 가며 일하기도 합니다. 건설현장이나 중공업 같은 공사현장에서는 도급 즉 야리끼리를 받으면 노동자의 능력에 따라 빨리 주어진 할당량을 끝내, 해치워 버리면 조기퇴근이 가능한 것입니다. 현장사람들이 야리끼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러한 점 때문입니다.

 

저도 예전에 중공업에서 용접일을 할때면 현장 반장이 가끔씩 저에게 찾아와 "야, 너네 야리끼리 줄게 할래? 라고 하면 좋다고 같이 일하던 형들이랑 "아싸 야리끼리 좋죠!" 라고 합창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건설현장에서 야리끼리는 일이 끝나는 즉시 일당을 주는 이점이 있어서 모두가 선호합니다. 지금에서는 레미콘(ready mix concrete)차량이 와서 콘크리트 타설하고 한 이틀 지나면 응고가 되지만 예전에는 공사장의 인부들이 철판을 깔고 자갈과 모래를 짊어지고 온 사람들이 그것을 거기에 부으면 쎄멘(시멘트)와 물을 섞어서 삽으로 열심히 비벼야 공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힘들게 야리끼리로 일을 끝내게 되면 점심시간도 안되어서 일을 해치워버리고 5천원의 일당이 손에 들어오고 푸짐한 돼지국밥에 소주한잔 하는 낙으로 지냈다고 합니다.

 

야리끼리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건설, 산업현장에서는 일본어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아는 노가다(도가따)는 원래 일본어로 성질이 까칠하고 불량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지만 일제강점기때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거칠게 닥치는대로 아무일이나 한다는 뜻으로 "막노동, 막일"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쓰이는 일본용어 들도 저의 블로그에서 앞으로 계속 포스팅 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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